
	“자신을 대표하는 새로운 껍질을 만들자” - 이 은 정

	하나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새로운’ 시작에 관심을 보인다.한 사람의 인생은 여러 가지 껍질로 되어 있는데 그 껍질의 중요한 구성 하나가 성년에의 입문, 즉 대학생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지금 나를 만나는 내 과거의 사람들은 나의 새로운 시작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곤 한다. 요즘 뭐해? 아, 대학생? 무슨 과야? 화학과에 왜 갔어? 등등 진부한 이야기. The miracles of science. 세계적인 화학회사 Dupont - 나일론 발명 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화학회사 - 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하실 때부터이다. 단순히 섬유를 사고파는 일을 하시는 아버지 사업이 화학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화학회사 듀폰은그 당시 내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탄복, 소방관 보호복, 방한복, 핸드폰 연결장치... 아버지가 집에 갖고 오는 모든 물건이 신기해보였다. 그 때 경험한 한양대 주최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행사 - 비누와 실을 만드는 간단한 실험,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 물 - 역시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 겪은 이 경험이 대학교를수시로 입학할 때 전공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것만으로 과를결정한다는 게 쉬운, 아니, 가능한 일인가? 전기문에 등장할 정도의 사람 마냥 난 어렸을 때부터 큰꿈을 안고 화학을 공부하고자 화학과에 입학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많이 접하고 신기한 경험을 해봤던 과목이 화학인지라 화학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수시라는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하고 약 1년 정도는 쉼 없이 놀았던 기억밖에 없다.^^; 다만 수시라는 특혜를 통해 입학했기에 남들보다 일찍 후회 없이 놀았고, 그만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1학년 때 들은 일반화학은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제대로 이해를 못한 부분도 많았다. 2학년 전공수업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화학에 대한 보다 깊은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2학년 때 들은 ‘첨단 화학의 이해’라는 과목에서는 과거 내가 신기해했던 나일론, 방탄복 등이 만들어지는 원리가 모두 화학적 기초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겨울방학 동안 이어진 짧은 실험실 생활 역시 내 안의 화학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면 ‘화학, 화학,.. 뿐이네’라는 느낌을 가질 것 같다. 대학생이 된 후 내가 결심한 것은 - 물론 전공 공부도 중요하지만 - 나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추어야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 시기에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남은 생에 밑받침이 되는 일종의 비료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대학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능동적인 사고와 행동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즐겁고 보람 있는 대학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그 비료를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또 다른 마음의 양식을 채워나가기 위해 대학생들이 하는 일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즐기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종류의 공연이다. 여러 공연을 보다보면 ‘인생이 연극과 같다면? 내가 저 주인공이라면?’이란 생각이 참 많이 들곤 한다. 난 실제로 우리 각자가 배역을 맡고 하나의 연극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네 인생은 연극 무대와 다르게 배역만 정해져 있을 뿐, 그 시나리오는 미리 짜여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가 그 때 그 때 상황을 보며 각본을 짜야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무대 에서 언제 어떤 배역들을 만나 연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속출한다. 그래서 삶은 때로는 불안을, 때로는 설렘을 자아내면서 늘 ‘미지’의 덩어리로 꿈틀거린다. 지금 교정에는 중앙도서관 앞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된다. 흰색과 붉은색, 분홍색의 꽃봉오리가 어우러져 특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나무. 이처럼 우리 학교, 연세대학교는 정말 아름다운 교정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는 학교이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충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난 벌써 3학년 1학기의 반을 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누가 후회를 더 적게 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오늘의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듯이, 일시적인 좌절 이면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음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우리 대학생들은 무슨 일을 만나든지 젊음과 도전정신으로 꿋꿋하게 삶을 밀어나가는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또 다른 껍질을 만들어갈 수 있는 대학생활을 우리 모두,즐겨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또 다시 그리움이 되리라.. -- 푸시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