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89년에 연세대 화학과를 입학하여서, 93년에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대학원에 진학하여서 김관수 교수님 연구실에서 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이하게도 1학기를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끝마치기 위해서 단기사병에 소집되었습니다. 95년 2월에 소집해제 되었고…, 복학하여 97년 2월에 석사학위를 마치고 그 해 여름에 바로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의 결정에 늘 지지해 주신 김관수 교수님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Texas A&M University에서 2001년 8월에 박사학위를 받은 후(지도교수 Robert F. Standaert), Harvard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Schreiber Group에서 2001년 8월부터 2004년 1월까지 활동하다가 지난 2월달에 서울대학교 화학부에 조교수로서 임용되었습니다.제가 후배 여러분께 제 경험에 비추어서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사과정을 막 시작할 무렵에 제가 했던 고민이 혹시 여러 후배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유사하지 않을까 해서 입니다. 제가 관심 있었던 학문은 유기화학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한 생물학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유기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화합물들의 생물학적인 활성을 직접 연구하고 싶었으며, 그러한 연구가 무척이나 호기심 나는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한국 상황에서는 “한 우물을 파라”가 정론이였기 때문에 유기합성으로 석사를 했으면, 유기합성으로 박사과정을 마쳐야지만 학교든 연구소에서 직장을 잡을 수 있다고 들었었습니다. 즉 생물학에 관련된 연구가 화학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덜 가지게 한다는 ‘기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제가 아는 거의 모든 화학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관심있는 일에는 상관없이 직장만을 염두에 둔 분야를 선택해서 했었다면 어떠했을까요?그 당시의 제 짧은 생각으로는 화학생물학 연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을잡기위한 지름길”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무런 보장이 없는 오솔길로 걸어가겠다”는 결정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미래를 남의 의견에 맡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 보았다”는 것으로 행복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결정에 대해서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단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걸어가기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것입니다. 저도 대학 다닐 때에는 화학과 편집부 ‘화우리’와 ‘음악동우회’에서 열심히 활동하였고, 미국에서도 축구부와 성가대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생활의 균형을 맞추어 줄 뿐만 아니라 나의 전문 영역에서 좀 더 매진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절름발이로 인생을 걷지 마십시오. 그리고 내가 전력을 다해 노력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잠시 한걸음 물러서서 숨을 돌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늘 주변에서 찾으실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사랑하십시오. 그 사랑의 시작과 원천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 처럼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어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
